2008년 11월 28일 금요일

Add Templates, Get Better Content

사용자 컨텐츠의 두 얼굴
흔히 UCC라 부르는, 사용자가 생산하는 컨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기술과 서비스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제 웹페이지가 아닌 블로그, 카페, 동영상들이 검색결과 페이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사진이나 동영상도 간단히 올릴 수 있게 되는 등 사용자 컨텐츠의 스펙트럼도 넓어졌고, RSS나 모바일을 통한 컨텐츠 유통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컨텐츠 필터링이나 개인화 알고리즘 등 컨텐츠 소비 관련 기술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인 성장과 관련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컨텐츠의 품질은 여전히 불만족스럽다. 네이버 첫 페이지에 뽑혀 올라오는 극히 일부의 컨텐츠를 제외한 대부분의 컨텐츠는 그 내용이나 구성의 완성도가 열악한 편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지금까지와 같이 보다 강력하고 정교한 필터링을 통해 이 문제를 우회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일까? 본질적인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더 나은 컨텐츠 생산의 비결
사용자들이 더 품질 좋은 컨텐츠를 생산하게 하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교육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다. 지금의 학교교육은 입시 만을 위한 주입식 암기 교육이다. 이를 변화시켜 읽는 법, 쓰는 법, 그 이전에 생각하는 법, 즉 사고와 소통의 틀과 규약을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현 정권으로부터 이러한 교육체계의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므로 첫 번째 방법은 패스.

둘째. 책을 많이 읽게 하는 것이다. 양질의 컨텐츠를 체계적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많이 읽다 보면 글의 구조를 깨치게 되고, 그것이 사고의 구조화로 이어진다. 머릿속에 일단 사고의 틀이 생기면 컨텐츠 생산 능력도 높아진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현실성이 없다. 대한민국의 어느 부모가 자식에게 과외 대신 독서를 시킬 만큼 용감할 것인가?

마지막 남은 세 번째 방법은 컨텐츠 관리 시스템이 컨텐츠 생산자로 하여금 더 나은 컨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는 ‘템플릿’을 통해 가능하다.

템플릿의 첫 번째 가치 – 컨텐츠의 정보량 증가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정보를 얻게 된다. 예를 들어 뉴욕에 다녀온 친구에게 “뉴욕여행 어땠어?” 물으면 “아주 좋았어” 또는 “그냥 그랬어” 하는 대답을 듣게 된다. 하지만 “날씨는 어땠니? 뭐가 제일 맛있었어? 지하철 타기는 어렵지 않았어? 미술관엔 가봤니?” 하고 물어보면 훨씬 구체적이고 가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템플릿은 이러한 질문들의 집합이다. 템플릿을 이용하면 사용자들의 경험정보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낼 수 있다.

템플릿의 두 번째 가치 – 컨텐츠의 구조화
이력서를 쓰거나 입학지원서를 쓸 때, 우리는 제일 먼저 좋은 양식을 찾는다. 내용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내용을 전달하는 구조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 검색결과 페이지에서 위키피디아가 얼마나 자주 눈에 띄는지 검색해보라. 위키피디아의 각 페이지들이 치밀한 구조를 따르기 때문이다. 잘 짜인 구조는 컨텐츠의 가치를 현격히 높여준다. 더불어 컨텐츠의 구조화는 많은 이들이 이상으로 생각하는 ‘시맨틱 웹’을 가능하게 해준다. 충분히 많은 컨텐츠가 구조화된다면, 우리가 정보를 검색하고 소비하는 전혀 새로운 방식이 등장할 수도 있다.

템플릿의 활용현황과 기대
이미 여러 곳에서 템플릿을 활용하고 있다. 네이버의 스마트 에디터나 카페의 템플릿이 좋은 사례다. 그러나 아직 초보적인 단계다. 사용자들이 능동적으로 템플릿을 생성하고 유통하는 기반구조를 제공하거나, 검색기술을 통해 그때그때 실시간으로 좋은 템플릿을 추천한다던가, 집단지성을 활용해 다수의 유사 템플릿을 하나로 통합하거나 반대로 하나의 템플릿에서 여러 개의 베리에이션을 뽑아내는 등 여러 가지 실험과 개선의 여지가 있다. 양질의 컨텐츠를 확보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연구해볼 만한 분야다.

마치면서
Garbage-in-garbage-out 이라는 말이 있다. Input이 좋아야 Output이 좋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웹 업계는 Input의 수준이 낮은 것을 어쩔 수 없는 환경이라 간주하고, Output을 최대한 개선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꾸준히 더 나은 결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Input의 품질을 끌어올릴 방법은 있다. CMS에 보다 동적이고 유기적인 템플릿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보다 풍요로운 컨텐츠를 얻게 될 것이고, 나아가 웹의 가치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바캠프 제주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뒤늦게 블로그에 올린다.

2008년 11월 21일 금요일

We're at War, Soldiers!

오늘 그 분이 하신 말씀들을 다시 한 번 짚어보자.
  • 자유로움과 창의성은 우리의 문화가 아니다. 허상이다.
  •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다. 전쟁에는 병법이 필요하다. 집중해야 한다.
  • 이겨야만 한다. 지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
  • 자율, 창의는 승자에게 붙는 미사여구다.
  • 신뢰 문제 같은 얘기 말고, 재미있는 싸움을 해보자.
  • 우리 회사 좋은 회사다. 열심히 하자.
요약해보자. 요약하면 메시지의 본질이 보다 쉽게 드러난다.
지금은 전시(戰時)다. 사치스런 불평은 집어치워라. 이겨라. 그것만 생각해라.
친근하고 허술하게 연출한 옷차림과 말투로 그 뉘앙스는 누그러졌지만, 무섭고 엄격한 경고다. 자리에서 일어나 차렷 자세로 소리쳐 대답해야 할 것 같다. "Sir, Yes, Sir!"

하지만 마음 속에선 물음표가 떠오른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이기는 회사가 좋은 회사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 답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나는 그저 돈을 받고 남의 전쟁을 싸우는 용병일 뿐이다.

2008년 11월 17일 월요일

Definition of Beauty

The work of art is, according to Alberti, so constructed that it is impossible to take anything away from it or add anything to it, without impairing the beauty of the whole. Beauty was for Alberti "the harmony of all parts in relation to one another," and subsequently "this concord is realized in a particular number, proportion, and arrangement demanded by harmony." (출처: 위키피디아)

나는 누군가로부터 디자인(design)이나 실용적(pragmatic)이라는 말을 들을 때,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를 떠올린다. 그는 아름다움을, 전체의 아름다움을 훼손시키지 않고서는 무언가를 빼거나 더할 수 없는 극히 조화로운 상태라 정의했다.

미니멀한 스타일 만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요소가 많아질수록 디자이너의 책임도 무거워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 그 어떤 요소라도 거기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면 거기 두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