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9일 목요일

Textyle : It's All about Sources

이전 글에 이어...

좋은 콘텐트의 조건
은 수백 가지도 더 늘어놓을 수 있겠지만, 우선 아래의 두 개로 압축했다.
  1. 구조: 잘 짜인 서사구조는 좋은 콘텐트의 기본이다.
  2. 참조: 온라인 콘텐트는 특히 참조, 즉 링크가 중요하다.
좋은 콘텐트의 첫 번째 조건: 구조
글쓰기의 기본은 이야기의 흐름, 즉 구조를 잡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에게도 익숙한 도입-전개-절정-결말의 4단계 서사구조건, 민토 피라밋의 연역추론과 귀납추론의 형식구조건, 적절한 구조를 선택해 그에 충실하게 이야기를 풀어내지 못하면 읽기도 어렵고 설득력이 떨어지게 된다.

좋은 콘텐트의 두 번째 조건: 참조
인터넷은 글을 쓰는 방법을 바꿔놓았다. 우리는 주장의 근거가 되는 사실들을 대부분 인터넷을 통해 찾으며, 다른 이들의 생각을 내 글 안으로 끌어들인다. 적극적인 참조와 링크의 개수는 온라인 글을 평가하는 기준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우리는 심지어 글의 주제, 즉 무엇에 대해 쓸 것인가마저 종종 인터넷을 통해 얻는다.)

다시 한 번 말하건대, 이 두 가지가 좋은 콘텐트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대표적인 필요조건임에는 틀림 없다. 동의하는가? 그렇다면 이제 글을 쓰는 과정을 살펴보자. 아니, 그 전에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먼저 보면 어떨까? 요리는 다음과 같은 3개의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1. 어떤 음식을 만들지 메뉴를 정한다.
  2. 음식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준비한다.
  3. 준비된 재료를 적절한 순서로 조리한다.
글을 쓰는 과정은 음식을 만드는 위의 과정과 완전히 일치한다.
  1. 어떤 글을 쓸 것인지 주제를 정한다.
  2. 이야기 전개에 필요한 글감(소재, 자료, 생각)을 수집한다.
  3. 글감을 적절한 순서로 배치해가며 글을 쓴다.
그러나 내가 아는 어떠한 블로그 도구나 온라인 편집기도 (그러니까 워드프레스나 구글 독스도!) 위에서 강조한 글감의 수집과 배치를 잘 지원하지 못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글의 소재를 수집하는 건 글을 쓰는 사람이 알아서 할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얼마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해왔다.) 둘째, 글감의 배치, 즉 단락의 첨삭이나 순서를 바꾸는 편집기능은 이미 잘 지원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곧 알게 되겠지만, 사실은 충분하지 않았다.)

글감의 수집과 배치, 그리고 좋은 글의 두 가지 조건인 구조와 참조. 이것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Textyle이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하는지는 다음 편에서 이야기하겠다.

To be Continued......

2009년 4월 8일 수요일

Textyle : A New Blog Tool



다시 NHN에 들어온 내게 처음 맡겨진 과제는...... XpressEngine을 기반으로 하는 블로그 도구를 만드는 거였다. "나무씨는 블로그라면 눈 감고도 만들 수 있죠?" 하는 센터장님 말에 하하하;;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설치형 블로그는 네이버 블로그와는 다르다. 기능도 다르고, 블로거의 성향도, 콘텐트의 특징도 다르다. 쳇, 날로 먹을 줄 알고 좋아했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건가?

일단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부터 살펴야 했다. 그리고.나는 아래의 세 가지 변화에 주목했다.
  1. 일상을 공유하는 다양한 소셜 플랫폼 등장 (페이스북)
  2. 마이크로블로깅의 대중화 (트위터, 텀블러)
  3. 모듬형 콘텐트의 인기 (위키피디아, 블로그)
1번과 2번의 변화에서 알 수 있는 건, 블로그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 년 전 블로그가 홈페이지를 몰아냈듯이, (지오씨티트라이파드를 기억하는가?) 페이스북이 블로그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 또한, 웹의 콘텐트와 메시지는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트위터텀블러를 보라. 엄청난 양의 데이터 조각들이 쏟아져나온다. 사람들은 말한다. "대체 요즘 누가 긴 글을 쓸 만큼 한가하단 말야!?" (see Snack Attack! @ Wired)

그러나 3번을 보자. 위키피디아는 왜 구글 검색결과 첫 페이지의 단골손님이 되었을까? 왜 "Top 10 Web Applications for FriendFeed"나 "Top 10 YouTube Videos of All Time" 같 긴 포스트를 찍어대는 블로그들이 잘나가는 걸까? 사람들은 여전히 풍부한 데이터와 짜임새로 무장한 긴 콘텐트를 원하기 때문에?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짜투리 뉴스나 한 줄 비평, 조각 콘텐트는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공을 들여 잘 정리된 긴 콘텐트는 흔치 않다. 그렇지만, (혹은 그렇기에) 사람들은 길고, 시간을 들여 읽을 가치가 있는 콘텐트를 원한다.

아하!

뭔가 조각들이 맞아 떨어지는 느낌. 이거구나. 이게 내가 집중해야 할 곳이구나. 어설프게 네이버 블로그와 기능으로 경쟁할 것도, 유행 좇아 텀블러나 미투데이 비슷한 도구를 만들 것도 아니구나. 그 편한 네이버 블로그를 놔두고, 돈 들고 귀찮은 설치형 블로그를 쓰는 진지한 블로거들이 더 좋은 콘텐트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줘야겠구나.

자, 어떤 사용자들에게 어떤 가치를 줄 것인지는 정해졌다. 이제 어떻게 그 가치를 실현할 것인지 구체적인 해결방법을 고민할 차례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콘텐트'란 무엇인지, 그리고 좋은 콘텐트를 만드는 과정은 어떠한지 살펴보아야만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구체적인 얘기는 다음 회로 미루자.

To be Continued......

2009년 4월 2일 목요일

The Shift to Mobile

지금까지는 (거의) 웹 브라우저를 통해서만 웹 서비스를 사용했지요. 하지만, 아이폰은 모든 것을 바꿔놓은 것 같네요. 우리는 더 이상 예전만큼 웹 브라우저를 쓰게 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웹 서비스를 만드는 우리들도 이러한 상황에 (서둘러!) 대처해야겠습니다.

아이폰이나 다른 휴대용 정보기기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주목할 특징으로는 아래와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GPS - 모든 콘텐트에 위치 정보가 추가됩니다.
  • Camera - 이미지 콘텐트가 무지 많아집니다.
  • Contacts - "친구목록"이 기기 안에 들어있습니다.
  • Phone - 음성통화, 문자메시지가 가능합니다.
  • USIM - 사용자 인증, 즉 로그인이 필요 없습니다.
  • Mobile - 경험과 발행의 시간 차가 사라집니다.
요즘 다들 LBS Location-Based Service 에 집중하는 이유가 대략 읽히죠? 어디 한 번 가까운 미래 예상도를 그려볼까요?

2010년 여름, 대학생 송민영씨가 압구정동 스타빈스에 앉아 있습니다. 책읽기가 지겨워진 민영씨는 와이폰으로 블립퍼를 켭니다. 블립퍼가 묻습니다. 블립퍼는 전화번호부를 읽어, 민영씨의 친구들이 최근에 남긴 블립들을 보여줍니다. 당연히 압구정동과 청담동에 있는 친구들의 블립을 우선적으로 보여주죠. 그 중 하나가 민영씨의 눈길을 끕니다. "여기 옆테이블 두 명 완전 꽃남~♥♥" 사진을 보니 마음에 듭니다. 그 친구에게 바로 문자를 보냅니다. "기둘려~ 나 가면 2대2 대시하자♥ >ㅁ<" (네? 너무 된장녀라고요? 죄송합니다. 근데 요점은 그게 아니고요;;)

요즘 젊은 세대는 휴대폰을 손에서 놓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계속 만지작거리다가 단순히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10분에 한 번씩은 휴대폰을 들여다보죠. 컴퓨터처럼 켜고, 부팅하고, 기다리고, 이런 게 없어요. 문턱이 없어진 덕분에 블립퍼는(웃음) 누구나 사용하는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자, 이제 민영씨가 블립퍼를 실행해서 원하는 정보를 찾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지 seamless 보세요. 로그인도 필요 없고, 친구 찾기/추가도 필요 없습니다. "압구정동"으로 검색할 필요도 없었죠. 블립퍼 어플이 와이폰이 가진 정보를 활용해서 그 지난한 과정을 알아서 해주기 때문이죠. 마지막으로 사진. 꽃남 두 명의 인증샷이 없었더라면 민영씨는 과연 그렇게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났을까요? 풍부한 정보량이 콘텐트의 가치를 더해주었기에 민영씨가 설득 당한 거죠.

이제 웹 서비스를 구상할 때마다 송민영씨와 그녀의 와이폰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와이폰에 들어있는 엄청난 정보와 센서들도 말이죠.

Mobile Web-Apps Camp

"모바일 위젯의 기술 동향과 이슈"라는 주제로 열린 제8회 Mobile Web-Apps Camp에 다녀왔다. (다음 모바일 본부장 김지현(@oojoo)님 추천 트위터 보고 참석했는데, 막상 당신은 안 오셨다능;;) 발표 내용 정리 같은 건 집어치우고, "유선 쪽" 뜨내기가 어제 느끼고 배운 점 몇 가지만 적어보자.

우선 몇 가지 기본정보.
  • 국내 이통 3사 모두 앱스토어(모바일 어플 오픈마켓) 준비 중
  • SKT는 "아이토핑", LGT는 "오즈", KT(F)는 이름 미정
  • 개발자 유치 위해 개발자 배분율 9:1까지도 고려
그야말로 앱스토어의 범세계적 춘추전국시대(라고 쓰고 '개판'이라 읽는다.) OS 전쟁, 브라우저 전쟁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OS 가진 놈, 브라우저 가진 놈, 디바이스 가진 놈, 통신망 가진 놈, 콘텐트 가진 놈들이 전부 뛰어든다. 이들이 노리는 건 '모바일 플랫폼', 구체적으로 말하면 '새롭게 떠오르는 휴대용 무선통신기기 시장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콘텐트 유통을 아우르는 통제권'이다.

가장 유력한 건 역시 애플이다. 먼저 시작한 만큼 한참 앞서있는 데다, OS, 브라우저, 디바이스, 콘텐트를 모두 가졌다. 브라우저만 가진 오페라, 디바이스만 가진 삼성, 통신망만 가진 SKT 등이 이에 맞서 경쟁하긴 어렵다. (그런데 컨소시엄으로 뭉쳐도 모자랄 판에 서로 자기네가 홀로 먹겠단다. 쯧쯧쯧~)

어제의 가장 큰 화두는 "표준"이었다. 그러니까... 개발자가 어플을 개발하면, 이게 SKT의 삼성 폰에서도 돌아가고, KT의 아이폰에서도 돌아가고, Vodafone의 LG 폰에서도 돌아가면 좋겠다는 거지. (Write Once, Run Anywhere! 와우~ 왓 어 원더풀 월드!) 이게 화두일 수 밖에 없는게, 위피에 심하게 데었거든. 어플 개발할 때마다 수십 개의 폰에서 다 테스트를 해야 했으니. 거기에 모바일 어플의 개발환경이 Javascript + XML로 거의 굳어지고 있어서 "그래? 개발환경이 다 같으면 호환성 구현도 쉽겠네?"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근데 (IMHO,) 표준화가 될 리가 없다. 첫째, 앞서 말했듯이, 온갖 업체들이 이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성배를 차지하려고 전쟁에 뛰어든 판이다. 애플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서 뛰어드는 게 아니다. (그런 놈도 몇 있겠지만.) 워낙 파이가 크니까 조금이라도 차지하려고 뛰어드는 거다. 애초에 표준화 생각이 없다. 그러면서 "야야야, 표준화하면 좋잖아. 우리껄로 표준화하자." 막 이런다;;

둘째, 디바이스마다 사양과 기능, 내부 통신 프로토콜이 천차만별이다. 제대로 된 모바일 어플은 디바이스 내의 데이터 억세스, 컨트롤 연동, 그리고 seamless한 사용자 경험을 필요로 한다. (쉽게 말해, 전화번호부 억세스나 카메라 조작이 가능해야 된다는 말씀.) 차라리 세계공통화폐를 만드는 게 더 쉽지 않을까? 아무튼 이 춘추전국시대는 꽤 오래 갈 것 같으니... 소비자와 개발자만 불쌍하다.

각설하고, 그럼 우리 유선(아, 이거 버릇 되겠네;;) 웹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1. 모바일 웹만 신경 쓰면 된다. 어플/위젯은 안 만들어도 된다.
  2. 아이폰용 어플만 만들면 된다. (안드로이드는 옵션)
  3. 아이폰과 국내 이통 3사용 어플을 모두 만들어야 한다. (LGT는 우선순위 최하)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막 적어도 1번은 절대로 아니다. 이게 내가 어제 캠프에서 건진 가장 큰 교훈이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우리는 모바일 컴퓨팅 환경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