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7일 수요일

People with Disablities

어제 저녁, 남산국악당에서 <황웅도 잠복기>라는 공연을 보았습니다. 김만리씨를 비롯한 중증 장애인들로 구성된 <극단 타이헨>의 무대였습니다. 사지가 비틀어지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이들의 몸짓이 얼마나 보기 힘들까? 저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갔습니다.

의외였습니다. 그네들의 몸짓과 연기는 보기에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름다웠습니다. 무대를 구르는 김만리씨를 보며 아, 저 사람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구르는 사람일 거야! 생각하기도 했죠. 게다가 무대미술, 음악, 조명 등 연출은 얼마나 뛰어났던지요. 장애인들의 무대라는 사실과 무관하게 완성도 높고 감동적인 무대였습니다.

시종 웃음 지으며 가벼운 기분으로 보던 저와 다른 관객들을 갑작스레 눈물 나게 한 건, 김만리씨와 춤꾼 박경랑씨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었습니다. 자신의 어머니이자 무용가인 김홍주로 분한 김만리씨는 무대 위에 무너질 듯 앉아 춤을 춥니다. 객관적 기준으로 보면 춤이라 보기 어려운 몸짓입니다. 그 한 걸음 뒤에서 박경랑씨가 춤을 춥니다. 서로 같으면서도 다른 춤. 김만리씨가 마음으로 추는 몸짓이 박경랑씨의 몸을 통해 보여집니다. 아! 이건 아무리 욕심을 내어 길게 말해봐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네요. 안타깝습니다.

한국은 장애인들이 잘 보이지 않는 나라입니다. 별로 없어서가 아닙니다. 그들이 집을 나서지 않기 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버스와 지하철, 화장실과 건물들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이들의 발을 묶고 있는 건 우리의 시선일 겁니다. 조금 달라도 우리입니다. 많이 달라도 여전히 우리입니다. 장애인, 이주노동자, 혼인이주여성들이 모두 우리입니다.

어젯밤 제 머릿속에는 조금 다른 우리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들을 위한 웹 서비스는 어떤 것일까? 하는 질문의 씨앗이 심어졌습니다.

2011년 9월 6일 화요일

Book Recommendations


웹 기획 업무를 시작하려는 후배를 위해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분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그런 무리한 부탁이 어디 있어!? 하고 화를 냈을 겁니다. 디자인이나 개발도 마찬가지겠지만, 기획은 특히나 (뜬금 없어 보이는) 여러 분야의 책을 두루두루 읽어야 하는 분야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의 목록은 (조금 무성의하지만) 책장을 훑어보며 이거다 싶은 책들을 뽑아본 것입니다. 제 독서범위가 보잘것 없고, 최근 몇 년 간은 읽은 책이 거의 없어 부끄럽네요. 하지만 웹 서비스 기획에 관심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선 '웹'의 개념과 철학, 간략한 역사 등을 이해하기 위한 책들입니다. (번역서는 원제를 병기하며, 링크는 온라인서점 알라딘으로 향합니다.)
어쩌다 보니 한 사람의 책이 세 권이나 끼어있네요. 내용도 좋은 데다 술술 읽히게 글을 잘 쓰는 분이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은 웹 서비스 기획자로서의 태도와 기획력, 그리고 소통에 관한 책들입니다.
애초에 받은 청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실무적인 책들을 넣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충분히 고민해 만든 목록이 아니다 보니 누락과 중복이 많습니다. 하지만 좋은 시작점이 될 거라 믿습니다.

Been Away Too Long

"스낵 컬처"의 시대, 단문메시지와 트위터의 시대에 편승해 한동안 블로그를 쓰지 않았다. 그 결과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나는 글 쓰는 법을 잊어버렸고,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아, 글쓰기는 자전거타기와는 다르구나. 계속 쓰지 않으면 안되는구나. 이걸 이제야 배웠다.

나는 다시 블로그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지난 몇 년에 걸쳐 지방으로 변해버려 흔적만 남은 글쓰기 근육을 다시 단련하기 위해. 누구에게 보이려 쓰는 글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개글로 써야 한다. 누군가 읽어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을 테니까.

이미 쓰고 있던 블로거와 텀블러 중 어느 쪽을 활용할까 고민하다가 블로거로 정했다. 단순한데다 손에 익어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고민은 이제부터다. 어떤 이야기를, 어떤 형식으로 풀어나가면 좋을까? 대략의 주제범위를 정해야 할까? 텍스트보다는 그림이나 동영상이 낫지 않을까? 일 주일에 한 번 정도면 될까? 아마도, 쓰다 보면 알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