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6일 금요일

My Favorite Movies #01

누군가에게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인지 물었다가, '당신은?' 하고 반문 당했다. 이래서 자기가 받았을 때 곤란한 질문은 남들에게 해선 안되는 것이다. 얼추 셈해봐도 본 영화가 천 편을 훌쩍 넘길 텐데, 그 중에서 탑 파이브나 탑 텐을 어떻게 고르겠나?

그러나 생각날 때마다 한두 편씩 적어나가는 정도는 충분히 가능한 일일 뿐더러 재미도 있겠다 싶었다.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시작해본다. 처음 고른 영화는 내가 아직 어렸을 적에, 삶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에 영향을 끼친 영화 두 편이다.

1. Say Anything (1989)


고등학교 졸업반인 주인공 로이드에겐 구체적인 진로계획이 없다.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장래희망을 묻자 이렇게 답한다. "저는 뭔가를 팔거나, 사거나, 가공하는 걸 직업으로 삼고 싶지는 않아요. 구입하거나 제조한 무언가를 팔거나, 판매되거나 제조된 무언가를 사거나, 구입하거나 제조했거나 판매한 무언가를 가공하거나 고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 제 말은, 직업으로서는 말이죠. 그런 건 하고 싶지 않다고요." (원문은 여기) 이 대사는 이후 나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캐머론 크로우의 데뷔작이며, 존 큐색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근거는 없지만, 주인공인 로이드는 캐머론의 자전적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한밤중에 여자친구 집에 찾아가 붐박스를 양손으로 쳐들고 노래를 들려주는 씬이 가장 인상적이고 유명하다. 이때 나오는 노래가 피터 개이브리얼의 "In Your Eyes"인데, 노래 역시 오나전 좋다. (Vimeo 동영상 링크를 걸어주마!)

2. Moonstruck (1987)


셰어와 니콜라스 케이지가 주연한 영화. 아무리 생각해도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에 속할 수 밖에 없는데, 사랑과 결혼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우디 앨런을 무색하게 만들 지경이다. 내가 아내를 대하는 태도,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마음가짐 등은 이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영화 속 대화 중,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이유를 '죽음이 두려워서'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는데, 나는 지금껏 그보다 설득력 있는 이유를 들어본 적이 없다. (원문은 여기) 극본과 연출도 모두 뛰어나, 명장면을 하나만 꼽기도 어렵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씬은 매점 노부부가 다투는 장면. (직접 찾아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