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테마 벨소리를 샀다. 요즘 보는 미국 시트콤 "빅뱅이론 The Big Bang Theory" 탓이다. 매회 등장하는 온갖 긱(geek) 컨텐츠가--커크 선장과 C3PO, 플래시맨과 타임머신 등--내 안의 긱을 자극한다. "지금 이베이에 들어가면 저 배트자(Bat-Jar)를 살 수 있을지도 몰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시트콤을 보고 저 우스꽝스런 과자단지를 샀을지, 또는 스페이스 오디세이 벨소리를 다운 받았을지 궁금하다.
세상을 사는 데에는 여러 가지 길이 있다. 어느 하나가 최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를 행복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서둘러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남들보다 앞서 가야만 성공할 수 있다. 영어 유치원, 사립 초등학교, 특목고, 일류대, 해외유학. 그리고 이제 아이는 부모의 도움 없이 '스스로' 성공의 길을 가야만 한다.
하지만 그 길 끝에서 아이를 기다리는 것이 진짜 행복일까? 그것이 만약 행복 비슷한 마취상태라면? 끊임없는 경쟁 끝에 정작 마음은 돌덩이가 되어버렸다면? 내가 가진 것을 모두 주더라도, 언제나 더 많은 것을 가진 비교상대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물질적 풍요로움이 주는 행복감이 상대적이고 일시적인 것임을 알고 있다.
우리는 스스로 행복의 기준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가끔은 해답을 찾기 위해 먼 길을 돌아갈 필요도 있다. 지름길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다. 인생을 사는 데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노래가 변했다. 우리가 노래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뀐 때문이다. 벨소리와 컬러링은 노래를 갈기갈기 잘라버렸고, 이렇게 잘려진 노래는 진지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옷, 가방, 귀걸이와 함께 나를 꾸미는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그 어떤 부분을 10초만 듣더라도 즉각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어야 하기에, 의미 없는 짧은 메시지들이 교차반복된다. 그 결과, 메시지와 감동은 사라지고 자극만 남았다. 그것이 이효리의 "U Go Girl"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