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으로 XE는 eXpress Engine의 약자다. 하지만 XE가 내게 갖는 의미는 eXternal Ecosystem이다. 조금 부연하자면, 네이버 등 포털 외부에 있는 온라인 생태계라는 뜻이다. NHN의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이를 "정보 플랫폼" 사업으로 표현한다. 우리 두 사람의 시각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맥락은 대체로 비슷하다. 포털 밖에서도 좋은 콘텐트가 생산되고 유통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인 것이다.
XE는 일종의 프레임웍(framework)이다. 쉽게 말하면 DIY 소프트웨어다. 설치 후 바로 쓸 수 있는 게 아니라, 각각의 사용자가 자신의 필요와 취향에 맞게 웹사이트를 만들어 써야 한다. HTML이나 PHP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몰라도 XE 사용법만 익히면 "누구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
XE는 다양한 사용자 욕구를 걸러내지 않는다. 사용자의 무한한 자유가 XE가 추구하는 가치이고, 무한한 확장성이야말로 XE가 여타 가입형 웹서비스에 비해 갖는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XE는 그야말로 엄청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는 강력한 도구다. 하지만 덕분에 누구나 다룰 수 없는, 어려운 도구일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F1 경기용 자동차는 너무나 강력하고 빠르기 때문에 일반인은 제대로 운전할 수 없다. 오히려 제한된 마력(horse-power)을 가진 소형 승용차를 몰 때 더 빨리 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 것이다.
XE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것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짧지 않은 학습기간이 필요하다. XE의 다양한 모듈을 조합해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쓰기 편한 인터페이스를 구성하기는 더욱 어렵다. XE가 제공하는 방대한 기능들에 혹해 그것들을 전부 활성화했다가는, 너무나 복잡해 누구도 쓸 수 없는 사이트가 될 테니까.
문제는 상당 수의 XE 사용자들이 그들의 웹사이트에 너무 많은 기능을 붙여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어쩌면 "The Less is More"라는 경구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이런 실수를 범하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가장 기본적인 인문학 교육조차 받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온갖 기능과 요소를 덕지덕지 붙여놓은 이런 웹사이트는 최소한의 필수 기능을 갖춘 여타 웹사이트보다 보기에도 안 좋고 쓰기에도 불편하다.
XE가 그런 부분까지 책임져야 할까? 내 생각엔 그렇다. XE 사용자들이 더 매력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면 XE는 더 이상 대중화되지 못할 것이고, 소수를 위한 장난감이라면 NHN은 XE를 더 이상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직장을 잃을 뿐 아니라, 소중한 삶의 일부를 낭비한 꼴이 된다... 아무튼 이게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용자들이 XE를 제대로 쓸 수 있게 도와줄(not 강제할) 수 있을까? 아직은 멀고도 험한 길이라 한숨만 폭폭 나온다.
p.s. 또 하나의 주절주절 포스팅. 요즘 왜 이런 글을 못 참고 써버리고 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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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삭제파이팅! 기대하고 있습니다:-)
답글삭제그런데 새 버전은 언제쯤...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