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14일 목요일

Untitled: 2009.5.14

기부가 필요한 곳은 많지만 내가 기부할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다. 수많은 모금함 중 한두 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게 꽤 어렵다. 각자의 성향이나 생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우 수혜범위가 넓은 쪽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소녀가장 수현이를 도와주세요"보다는 "결식아동 돕기"를 선택하는 거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구체적인 케이스 쪽이 기부금의 투명한 운용면에서도 유리할 뿐더러, 문제의 해결 가능성도 높다.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누구를 도울 것인가? 이주노동자? 독거노인? 소녀가장? 장애인? 어려운데다 고통스런 선택이다. 나는 아이들을 택한다. 그들은 아직 스스로를 도울 기회를 가져보지도 못했고, 스스로를 보호할 최소한의 힘마저 부족하니까. 그리고 가장 많은 양의 미래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러나 아직도 선택은 남는다. 교육이냐, 주거냐, 의료냐, 물이냐, 인권이냐의 문제다. 이쯤 되면 '아무러면 어때' 포기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물과 교육 두 개 후보로 압축해본다. 그런데 더 이상은 못하겠다. 언뜻 모든 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기회는 교육에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당장 생명의 유지가 필요한 급박한 상황을 생각하면 역시 물인가 싶기도 하다. 결국 하고자 하는 얘기는, 어떠한 문제와 맞닥뜨렸을 때 문제의 근원(핵심)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일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좀 생뚱맞나?

나는 웹 서비스 디자이너다. 아니 집어치우고, 웹 서비스 기획자다. 일을 못하지는 않는다. 아니, 스스로 말하기엔 좀 거시기하지만 일을 꽤 잘하는 편이다. 천재적이라거나, 아주 뛰어나지는 않다. (다른 얘기지만, 그런 사람들이 항상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좋은 능력을 발휘한다. 그러니까, 평소에 열심히 관찰하고 경험한 것들을 모아두었다가, 남들이 미처 생각치 못한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활용할 줄 안다는 얘기다. (얼씨구, 자화자찬이 길어지는구나~) 그러나, 좋은 회사원은 못된다. 때려치우고 재입사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조직구조와 프로세스라는 것들이 싫고, 꾸준히 "퍼포먼스를 내줘야" 하는 것도 싫다. 하기 싫은 일을 시키는 것도 싫고, 하고 싶은 일을 못하게 막는 것도 싫다. 한 마디로, 내 꼴리는대로 멋대로 하고 싶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장도 아니고 일개 사원이 그렇게 하면 기업이 굴러가겠나? 제 멋대로 하려면 회사를 나가야지. 그래도 나만큼이나 회사생활을 싫어하지만 참고 다니는 아내, 그리고 유기농 음식 먹고 비싼 기저귀를 하루에도 몇 개씩 써대는 딸을 생각하면 당장 그만둘 수도 없다. 2년여 전, 결혼을 2달 앞두고 때려친 때와 비교하면 많이 컸다, 이나무. 아아, 결국 하고자 하는 얘기는, 주 40시간 근무는 내겐 너무 빡씨다는 거다. 아무래도 난 비정규직 체질인가 보다.

아무튼 세상 모든 문제의 근원은 자본주의라고, 나는 다시 한 번 생각한다. 환경문제도, 식량문제도, 한창 귀여운 한살반된 딸아이를 중국인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는 어느 부부의 문제도...... 모두가 자본주의 탓이다. (부시나 MB 같은 못난 "리더"들의 탓도 조금 있다. 젠장.)

댓글 3개:

  1. 토닥토닥 이런 건 집어치우겠어요. :)

    그저 웹 서비스 디자이너 이나무님의 능력에 질투를 느낍니다.
    그에 더해 수시로 감탄도 하고요.

    이건 자본주의 탓...이 아니겠지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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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위로 고맙습니다~ ㅎㅎ
    기분이 좀 나아졌어요. ^_____^

    It really means something when it's coming from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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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사는게 맘대로 안되요. 어려워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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