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 30일 금요일

Playlist is Content

이 글은 콘텐트 유통업계에 있는 지인에게 보낸 메일이다.
보내고 보니 앞으로 블로그를 이런 톤으로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올려본다.
(조금 첨삭한 부분이 있긴 하다.)



아침 출근버스 안에서 음악을 듣다가 문득 든 생각인데, 메모를 안 해놓고 이제야 적어서 잃어버린 부분이 많을 것 같아.

How do I Listen to Music
내가 음악을 듣는 방식을 생각해봤어. 주로 아이팟의 셔플(shuffle)로 듣지. 음악을 앨범 단위로 듣는 건 완전히 끝난 밈(meme)이고,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셔플을 이용할 거야. 그렇기에 "아이팟 셔플" 같은 제품이 존재할 수 있는 거지. 그런데 "셔플"이 뭔지 생각해보면... "무작위 재생목록(random playlist)"이라 이거야.

Evolution of the Playlist
"재생목록"은 옛날부터 있었지. 윈앰프 시절부터. 그러다 아이튠즈의 버전 몇인가부터 "똑똑한(smart)" 재생목록이 생겼어요. 음악의 메타정보--ID3 태그의 연도, 장르 등을 이용하거나 나의 소비성향--재생 빈도, 별점 등을 이용해서 "거의 자동으로" 재생목록을 만들어주는 거지.

그리고 얼마 전에는 "천재적인(genius)" 재생목록이 생겼어요. 집단지성을 활용해서 비슷한 취향의 (혹은 유형의) 음악들을 묶어주는 거야. 장르가 달라도, 재생 빈도가 달라도 묶일 수 있게 된 거지. 그런데 이건 판도라 라디오(pandora.com)나 라스트에펨(last.fm)에서 이미 구현한 거지. 비록 음악의 관계도를 그리는 방식과 기반기술은 다르지만, 어쨌거나 새로운 건 아니란 거야. 하지만 애플은 어쨌거나 이걸 만들었지. 왜? 첫째, 사람들이 원하니까. 수많은 음악들 중에 내 취향에 맞는 것만 골라주어 내 시간과 수고를 덜어주니까. 둘째, 더 많은 음악을 팔 수 있으니까. "나만의 취향이 있는" 고객들에게도 새 음악을 들이밀 수 있으니까.

Is Playlist Content or Meta-content?
재생목록은 메타콘텐트, "곁다리" 콘텐트 취급을 받아왔어. 음악이 진짜 콘텐트고, 재생목록은 그냥 곁다리였던 거지. 하지만 음악 콘텐트의 양이 늘어나고 품질과 가치가 떨어지면서, 오히려 메타콘텐트, 즉 재생목록의 가치가 높아졌어. 일례로 몇 년 전에 불었던 컴필레이션 앨범들을 봐. 연예인 이름과 사진을 붙인 믹스테입(mixed-tape)이 엄청나게 팔렸잖아! 와이어드 잡지의 What's on your playlist? 코너도 있었지.

Sell the Playlist: Provide Exclusive, Added Value
뮤지션을 키우고 음악을 만들어내는 사업은 딴따라 양아치들에게 맡겨두고, 유통에서 붙일 수 있는 독점적인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라구. 재생목록에서 그 길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스타 뮤지션의 재생목록"을 만들어봐. 이적이 즐겨듣는 노래들은 뭔지, 타블로가 추천하는 음악들은 뭔지.

아, 젠장 맞을. 여기까지 치고 "지식인의 서재" 얘기를 하려고 네이버에 갔더니 이미 얘네들은 하고 있네. 바로 이런 거야. 내가 말하려던 게. 김진표가 추천하는 앨범들 좀 봐. 팔려봤자 얼마나 팔리는 곡들이겠어? 근데 김진표가 추천하잖아. 좋다고. 들어보라고. 판매량 곡선이 엄청 상승하겠지.

근데 형네 회사는 네이버보다 훨씬 잘할 수 있잖아. 음악을 전문으로 유통하는 회사고, (휴대폰이라는) 소비채널을 틀어쥐고 있잖아. (누가 네이버에서 음악을 돈 내고 듣겠어?) 스타의 추천음악이 시작이 되고, 나중엔 소비자들이 재생목록을 만들게 해야지. 누가 더 잘 만드나 이벤트도 열고, 투표도 하게 하고, 평론가로 키워서 컬럼도 쓰게 하고.

그 뿐인가? 메르세데스 벤츠 믹스 테입처럼 "간지 나게 보이고 싶은" 회사들도 도와주고. 매주 자동으로 재생목록이 배달되면, MP3 플레이어에 든 음악도 바뀌고, 내 컬러링도 바뀌고. 심지어 비 오는 날엔 날씨에 따른 추천 재생목록이 적용되기도 하고. 이런 콘텐트는 음악이랑 달라서 형네 콘텐트가 되는 거야. 앞에서 얘기한 "독점적 부가가치"가 되는 거지.

Bottomline: Playlist is Context is Story-telling is King
요점은 스토리야. 옛날엔 노래 한 곡 한 곡이 시였고, 이야기였지. (아, 그 때가 좋았지!) 요즘 음악에선 스토리가 없어졌잖아. 분절된 메시지들만 남았지. 근데 사람들은 여전히 스토리를 원하잖아. 난 재생목록이 그거라고 생각해. 재생목록을 잘 만들어서 팔아봐, 형. 그래서 돈 많이 벌면 나 잊지 말고~ ㅎㅎㅎ

2009년 1월 16일 금요일

D'oh!

젠장. 블로깅 스타일이 어쩌다 이 모양이 됐냐? 어깨에 힘 팍 주고 긴장 200%. 이러니 이렇게 지루하고(하품) 딱딱한 '부장님 블로그'가 됐지. 내가 왜 그랬을까? 아마추어처럼.

부드럽고 자유분방하게, 나의 개성이 드러나게 써보자!

2009년 1월 13일 화요일

I am a Web Service Designer

내 명함의 이름 옆에는 앞면에 제품기획, 뒷면에 Product Designer 라고 적혀있다. 또 다른 명함에는 웹서비스 디자이너 라고 적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나를 소개할 때는 "웹 서비스를 만든다" 고 얘기하고, "개발이세요?" 하고 물으면 "기획입니다" 하고 대답한다.

나 같은 직종의 사람을 업계에서는 흔히 웹 기획자 라고 부른다. 우리말 사전에서 '기획'을 찾아보았다.
기획企劃
[명사] 일을 꾀하여 계획함.

일본에서는 畵(그림 화)를 써서 畵이라고도 한다. 그림을 그린다라... 디자이너라는 명칭과 좀 더 가까이 닿아있는 듯 느껴진다.

제품기획자(Product Designer, 통칭 웹 기획자)가 하는 일은 그 범위가 넓다. 그러나 가장 널리 알려진 제품기획자의 업무는 상세화면 기획서(스토리보드라고도 부른다) 작성이다. 사용자에게 보여질 화면들의 위치와 각 화면에 들어갈 요소들을 정리하고, 표면적인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일이다. 이 과정을 상세기획, 또는 하위기획이라고 부른다.

하위기획이 있으면 상위기획도 있는 법. 시장이(또는 내게 월급을 주는 기업이) 어떤 제품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고 시장환경을 분석하여 새 제품의 컨셉을 잡는 과정을 상위기획이라 한다. 시장을 관찰하고, 변화를 감지하고, 욕구를 파악하여 이를 하나의 제품으로 기획하는 일이다. 흔히 전략기획이라고도 부른다.

이 두 가지가 끝이 아니다. 조직의 속성에 따라 제품기획자가 프로젝트 관리자(흔히 PM)를 함께 맡는 경우가 많다. 또한 큰 조직이 아니라면 제품 출시 전후 마케팅과 운영기획도 주도하는 경우 역시 많다. 디자이너와 개발자 사이에서 이들의 상이한 사고와 언어를 통역하고 조율하는 동시통역사 역할도 흔히 기획자의 몫이다.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위에서 얘기한 제품기획 업무들과 그 과정에 대해 보다 자세히 소개하고, 이를 잘하기 위해서 어떤 기술이나 훈련이 필요한지 (천천히) 이야기해볼까 한다. 나 한 사람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하는 글이라 다소 폭이 좁고 깊이도 얕겠지만 몇몇 이들에게는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To be Continued...

관련링크: '인터랙션 디자인' 대신 '제품기획'이라 부른다 by 도비호

2009년 1월 6일 화요일

Learning from Index Cards

지금 제작 중인 새로운 블로그 소프트웨어의 핵심은 전문적인 블로깅--또는 글쓰기의 지원이다. 그 구체적인 지원방법이 될 "PxP Editor"와 "Content Repository"의 아이디어는 색인 카드 index card 로부터 얻었다.

색인 카드는 (좀 과장하면) 청테입 duct tape 만큼이나 활용처가 다양하다. 하지만 생각과 정보를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정보포획 도구 info-caching tool 로의 활용, 그리고 자유로운 배열과 첨삭을 통해 서사구조를 매끄럽게 다듬는 프로토타이핑 도구 prototyping tool 로의 활용에 주목했다.

빠르면 2월 중에 선보일 이 블로깅 도구의 이름은 *******이다. 기대하시라 ;-)

관련링크들